박경호 작가는 풍경을 그리는 것이 아니고 풍경이라는 자연의 소재를 활용하여 자신의 성정과 낭만을 음악으로 작곡하는 듯하다. 풍경세계를 음악적으로 몰고 가고 있는 것도 결국 자연에 감춰진 속살을 그 나름으로 우리의 시선 앞에 펼쳐 놓는다. 작가의 산은 무섭게 치솟은 뾰족한 바위산이기도 하고, 둥그런 언덕을 가진 부드러운 산이기도 하다. 이 미묘한 면의 겹치기는 사실상 평면에 원근법이 있는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게 만든다. 몇 번의 간단한 붓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둑을 쌓을 때처럼 일정한 높이를 지니면서 높이를 지탱하기 위해 물감(物感)의 공법을 이용합니다. ‘색 면 만들기’가 한 겹에서 끝나지 않고 겹겹이 층위를 이루는 것도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복합적 시선임을 암시한다.